작가 평론 <Connection, 'Human & Nature-Network’>│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이성은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관한 시적 언어를 ‘섬유’라는 매개체를 통해 구현한다. 인간존재에 관한 실존적 물음이 첫 개인전 《Eternal Web》 이었다면, 두 번째 개인전 《Connection》(부산 한새갤러리, 3.17-3.22)은 자연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생동하는 자연의 법칙’을 ‘공존의 질서’속에서 이야기한다. 작가는 평소 사유의 장소성과 신체성이라는 안과 밖 의 이중 언어를 인간과 자연에 대입해 ‘조화로운 관계망’을 작품의 핵심주제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는 활기를 띤 부산에서의 삶이 젊은 작가에게 어떻게 자연에 대한 사유로까지 이어졌는지를 <Breathe into being>, <Hold>, <Green Horizon>, <Vein>, <For You>를
섬유의 가능성을 ‘자연친화적 소통’으로 연결하다.
자연을 통한 철학적 사유를 작품으로 옮겨낸 작가는 자연과 생명이 처한 현재 상황을 우려하 면서, 공존하는 생명을 통해 존재에서 자연으로, 생명이 호흡하는 공기로, 문화적 공존으로 뻗 어 나가기를 소망한다. 이성은의 자연사유적 방식의 기저에는 인간은 ‘자라나는 존재’라는 성장 의 속성이 내재한다. 하이데거는 초기 그리스 철학에서 읽어낸, 죽어있는 고정된 물체가 아니 라 ‘스스로 자라고 변화하는 물질’을 의미하는 ‘퓌시스(phusis, 자연)’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발 견했다. 퓌시스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존재가 바론 ‘퓌톤(phuton, 식물)이며, ‘자라고 변화하고 생성하는 존재’로서의 자연적 원형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읽어내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다. 인간은 자연을 통해 감각하고 생동할 수 있는 통찰을 얻는다. 경직되어 있는 만물이 시시 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통해 새롭게 깨어난다는 사유는 부산이라는 대도시에서 성장한 이성은 작가에게 예술의 역할과 자연적 표현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부산에서 작가로 활동하는데 어려운 점은 다른 지역의 청년작가들과의 소 통이나 협업이 힘든 것”이라며 “소통과 공존이 예술을 발전시키듯, 자연과 함께할 때 부산이라 는 도시 에너지에 숨을 불어넣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섬유라는 재료를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섬유가 갖는 촉각성과 유동성을 재해석하여 의류나 생활용품, 평면을 가로지른 다차 원적 표현으로까지 이어온 것이다. 섬유조형은 일반적인 회화재료보다 특유의 텍스처가 두드러 지고 관람자를 시각적 촉각성에 가깝도록 유도한다. 실의 엮임과 중첩으로 하나의 '면'이 생성 되고 레이어드가 형성되면, 다양한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섬유가 갖는 ‘지속성’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레진이나 폴리코트와 같은 현대적 재료와 융 합, 보완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성은의 작품들은 자연을 통한 주체성에 대한 자유를 생각하게 한다. ‘생명’에 초점을 맞춘 사유 속에서 우리는 세상 속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자연과 함께 호흡 하게 만드는 에너지로 창조적 삶을 살아야 한다.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추출한 예술적 형상을 통해 삶의 질서와 예술의 존재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이번 전시는 삶 과 예술이 의미를 찾는 과정이자 희망이란 가능성을 깨닫는 계기라고 평해야 할 것이다.